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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저
6,200원
2025-04-10
로맨스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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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 때문에 먹는 약의 부작용으로 기억의 일부를 잊은 건 차라리 다행한 일이었다.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다면 미쳐 버렸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백치건을 만난 이후로 자꾸 잊은 기억이 불쑥 튀어나왔다.
“생각났어.”
욱신, 욱신. 가슴 깊은 곳 어디에서 이렇게 통증이 이는 걸까.
아픈 건, 그때의 마음인 건가. 지금의 불안인 건가.
“아마 좋아했었다는 거.”
“…….”
“동정 같은 거 아니었어. 그냥 네가 그렇게 가 버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래서….”
“좆도 빨아 주고?”
그의 눈동자가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백치건은 무슨 남자가 저렇게 생겼을까 싶도록, 삿된 것들과는 거리가 먼 듯 고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의 눈동자를 본 은목은 바르르 떨었다.
그의 눈 안에 기이한 관능과, 잔인한 탐욕과, 난폭한 열망이 소름이 끼치도록 흘러넘쳤다.
천사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악마가 이런 모습일까.
생각하고 헛웃음을 지을 만큼.
“불, 불면증 때문에 우리 가게 찾아온 거라면서. 그거뿐인 거 맞아?”
“그렇게 말 안 하면 네가 나 만나러 안 올 거 같아서. 핑계 댄 거야.”
“무슨….”
“너 때문에 고자 됐거든.”
그러니까 네가 책임져야지, 은목아.
거절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듯 그가 음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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