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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熱나절

열熱나절 19

12,000
상세정보
  • 콜라젤리 12,000 2025-04-09 BL 전4권 979-11-7313-880-5
  • 처음으로 맞이한 열여덟의 봄이자, 단연코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나절이었다. 기준은 가원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삶을 더 살아 보고 싶게 만들어 준 사람이었다.
  • 우리는 세상의 끝에서 처음 만났다.

    뒷골목에서 일하는,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자신의 어머니.
    반 아이들 모두에게 외면받던 가원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 전학생 기준을 보며 낯선 감정을 느낀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나랑 친하게 지내면 애들이 너까지 괴롭힐 거니까, 알아서 처신해.”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될까 봐 밀어내고 또 밀어내 보지만,
    기준은 햇살 같은 다정함을 무기로 가원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맨날 이렇게 달려올게.”
    “가원아.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로 와.”

    망설임은 길지 못했다.
    그토록 혐오하고 두려워하던 조폭 집안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기준을 거부하기엔,
    돌진해 오는 그 애의 올곧은 애정은 너무나도 따스했다.

    “가원아. 나는 너를 지킬 거야. 영원히 그렇게 할 거야.”

    처음으로 맞이한 열여덟의 봄이자,
    단연코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나절이었다.
    기준은 가원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삶을 더 살아 보고 싶게 만들어 준 사람이었다.

    그러나 모질고 잔혹한 운명은 두 소년의 청춘을 한꺼번에 앗아가 버렸다.
    시커먼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지키지 못한 약속과 독처럼 쓴 그리움뿐이다.

    “저건 뭐야?”

    결코 마주하지 말았어야 하는 모습으로 조우한 우리는.

    “가원아… 왜, 네가, 여기에…….”

    여전히, 세상의 끝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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