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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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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 청화담 0 2025-04-11 로맨스 전0권 979-11-7313-881-2
  • “용도를 다하지 못했으면 아양이라도 떨어.”

    조소로 점철된 노골적인 힐난이 하림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날은 짝사랑한 남편에게 이혼을 말한 날이었다.
    비좁은 배에 움튼 새 생명을 감춘 날이기도 했다.

    “내 것도 제대로 못 받아먹는 주제에 남의 것까지 탐내지 말고.”

    연하림은 정윤겸의 아이를 품을 그릇에 불과했으니까.
    남편은 그의 연인과 밀월여행을 떠날 테니까.

    태양을 탐하려던 마음은 새까맣게 타 버렸고, 다 타 버린 첫정은 아픈 상처만 남겼다.
    상처투성이가 된 하림은 저를 가두었던 새장을 벗어났다.

    작은 불씨만 남긴 사랑과 재회할 줄도 모르고.

    “5년 만인가.”

    닫힌 문을 응시하던 하림의 뒤로 서늘한 음성이 내려앉았다.
    천이 구겨지는 소리와 구두 밑창이 바닥에 닿는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을 5년 만에 봤으면, 반가운 척 안기기라도 해야지.”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운 저음이 하림을 돌려세웠다.

    “너 하나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흉터처럼 남은 사랑을 도려내려 애쓴 시간이 자그마치 5년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사랑에 다치지 않으려 쌓은 방파제는
    윤겸의 한마디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우연이 세 번이면 인연이라던데, 그와는 지독한 악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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