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렴미 저
5,600원
2026-01-07
로맨스
전2권
-
-
파렴치한 부모의 완벽한 꼭두각시로서 살아온 백사라.
그녀에게 있어 여은결이라는 남자는 달콤하고 황홀한 구원이었고,
그다음엔 외면해야만 했던 천국이었으며,
이제는…….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떨어진 기분이 어때요, 사라 씨?”
여은결이 재밌어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맹하게 굴지 말고 구해 줄 남자 어디 없는지 부지런히 찾아봐요.”
그는 자신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당한 그대로 갚아 주려는 것이겠지.
그가 끼워 준 다이아몬드 반지가 여전히 제 손에서 반짝이고 있는데.
과거도 현재도 전부 꿈이 아니라니 믿기지 않았다.
“……저 돈 필요해요, 은결 씨.”
목숨보다 소중한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백사라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은결 씨가 원하는 바닥이 어디든 거기까지 떨어져 줄게요…….”
제게 복수하는 약혼자에게 무릎 꿇고 매달리는 짓조차도.
“실컷 구경하고…… 대신 나 좀 살려 주세요.”
***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여은결의 입에서 말들이 씹힌 듯이 흘러나왔다.
“뭐든 그렇게 쉽게 포기해요? 사람도, 물건도?”
백사라는 그가 지금껏 늘 봐 왔던 것처럼 아무것에도 미련이 없는 태도로 무덤덤히 말했다.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래야죠.”
그는 말 그대로 그녀를 위협하고자 몸을 가까이 갖다 붙였다.
당황한 백사라가 뒤로 물러났지만, 멀어지는 거리만큼 그가 계속해서 다가갔기에 둘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애원해 보지도 않았잖아요.”
여은결은 저도 모르게 파랗게 물든 그녀의 뺨을 손으로 살짝 어루만졌다.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는지, 백사라가 눈을 감았다가 뜨며 몸을 움찔거렸다.
“애원해 봐요, 나한테. 방법이 생겨날지 누가 압니까.”
그가 허리를 푹 숙여 마른 입술에 거칠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에게서 입술을 떼어 내며 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싫으면 못 이기는 척 가만히 있든가. 그럼 나한테 매달린 셈 쳐줄 테니까.”
×